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성을 쌓는 어머니

기사승인 2024.05.07  17:17:39

공유
default_news_ad1
ad34

- 이현숙

뒤꿈치에 떠오르는 모습은

저 산중에 구멍 난 보름달 같다

 

어머니는

바늘에 실을 꿰어

세모 구멍에 동그라미를 만들고서

쿨쿨 냄새도 아랑곳없이

잿빛 발가락을 내놓으며

성을 쌓고 있다

 

쭈글쭈글한 손으로

이마에 땀을 닦으며

깊게 파인 주름에서 흐르는

짭짤한 물줄기

반짝이는 호수에도 흐른다

 

새 양말은

멀리서 돌아올 아들에게 주려

둘째 칸 서랍 앞쪽에 고이 넣어두고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노란 벽돌, 빨간 벽돌, 파란 벽돌로

다시 성을 쌓으려

오늘도 바늘에 실을 꿰며

하늘 위로 사라진 아들을 기다린다

 

☞이현숙시인은 ...

제21. 22기 김포문예대학 수료

2020년 문학고을 신인문학상 시 부문 수상

2022년 김포문학상 신인상 수상

 

(詩감상) 5월은 감사의 달로 8일은 어버이날이다. 바쁜 일상 속에 가족과의 왕래가 줄어둔 요즘 부모님을 찾아뵙고, 은혜에 감사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전하는 날이기도 하다. 시인의 어머님은 하늘나라에 먼저 간 아들을 오늘도 기다리신다. 자식을 위한 성을 쌓는 일에는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놓지 않고 노란 벽돌, 빨간 벽돌, 파란 벽돌로 한 땀 한 땀 성을 쌓아 가면서... 그것이 부모다. 긴 세월 묵묵히 자식들을 위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시간, 우리는 우리가 받은 무한한 사랑을 잊고 산다. 그 사랑과 희생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려고 보면, 당신들은 병들어 계시고 자식을 못 알아보고 하늘나라로 가신다. 부모가 되고 나서야 그나마 부모의 마음을 조금 헤아리게 되는 이 어리석음을 왜 좀 더 일찍 깨닫지 못했는지 후회만 무성할 뿐. 현관문을 열고 금방이라도 들어올 것 같은 자녀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외롭게 보내시는 우리의 부모님이 덜 외롭고 덜 쓸쓸한 오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 시인 박미림)

 

 

 

 

 

 

 

 

 

김포저널 gimpojn@naver.com

<저작권자 © 김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ad36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